장애인식 변화의 역사적 흐름
의학 발전 이전 시대의 장애 인식
인류 역사 초기에는 장애가 신의 저주나 벌로 여겨졌습니다. 이러한 종교적 관점은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배제와 차별의 근본적 원인이 되었으며, 현대에 이르기까지 그 영향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의학 발전과 함께한 인식 변화
의학이 발전하면서 장애는 **'질병의 한 종류'**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장애를 치료 가능한 의료적 상태로 보는 관점의 전환점이었으며,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의 첫걸음이었습니다.
산업혁명 이전의 공동체적 보호
산업혁명 이전 농업사회에서 장애인은 '보호가 필요한 사람'으로 여겨졌습니다. 공동체 중심의 사회 구조 속에서 장애인들은 비록 완전한 사회 참여는 어려웠지만, 최소한의 보호와 돌봄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생산성 중심 사회
산업혁명 이후 노동능력 중심의 지배담론이 주류가 되면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급격히 악화되었습니다. 장애는 생산에 기여할 수 없는 무가치한 것으로 여겨졌고, 심지어 사회에서 제거되어야 할 대상으로 인식되기까지 했습니다.
장애 차별의 이론적 배경
사회진화론과 우생학이론
사회진화론은 약육강식의 원리를 사회에 적용하여 강한 개체가 약한 자를 지배하는 것을 정당화했습니다. 이는 장애인을 사회의 약자로 규정하고 차별을 합리화하는 논리로 사용되었습니다.
우생학이론은 더욱 극단적으로 장애인을 '열등한 존재'로 규정하며, 인류의 유전학적 개량을 목적으로 장애인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위험한 사상으로 발전했습니다.
편견이론과 낙인이론
편견이론에 따르면, 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과학적이지 않은 선입견에서 출발합니다.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와 규범에서 벗어난 개인이나 집단은 가치절하된 평가를 받아 사회로부터 분리됩니다.
낙인이론은 사회가 특정 개인을 부정적으로 규정함으로써 그들이 더욱 부정적인 상황에 빠지게 되는 악순환을 설명합니다. 장애인의 경우,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더욱 소외되고 차별받는 상황이 지속됩니다.
생산성이론과 정책부재이론
생산성이론은 자본주의 사회의 근본적 특성을 반영합니다. 노동과 자본이 결합된 생산성 지향 사회에서 장애인은 경제적 이익에 기여할 수 없는 쓸모없는 존재로 취급받게 됩니다.
정책부재이론은 장애인 복지 정책의 낮은 우선순위를 설명합니다. 정책 입안자들이 장애 문제를 인식하더라도 의도적으로 정책 수립을 보류하거나 비중 있게 다루지 않음으로써 불공평한 처우가 지속됩니다.
노동시장에서의 장애인 차별
인적자본이론
인적자본이론에 따르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취업률 차이는 장애인의 일할 의사나 능력 부족이 아니라 교육 수준과 직업훈련 기회의 부족에서 기인합니다. 교육은 직업과 소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인적자본이므로, 이에 대한 투자와 지원이 필요합니다.
통계적 차별론
통계적 차별론은 개인이 자신의 특성이 아닌 소속 집단의 평균적 특성에 의해 평가받는 현상을 설명합니다. 고용주들이 개별 장애인의 능력보다는 장애인 집단의 평균적 생산성을 기준으로 채용을 결정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중노동시장이론
이중노동시장이론에 따르면, 자본주의 노동시장은 1차와 2차 노동시장으로 분절되어 있습니다. 장애인들은 주로 낮은 임금, 불안정한 고용, 제한된 승진 기회를 특징으로 하는 2차 노동시장에 속하게 되어 구조적 차별을 경험합니다.
저항담론의 출현과 장애인 운동
저항담론 출현의 사회적 배경
두 차례 세계대전과 급속한 산업화는 장애인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전쟁 장애인들은 국가 공로자로서 일정 수준 이상의 예우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논의가 시작되었고, 산업재해로 인한 장애인들을 '산업역군'으로 묘사하며 국가의 책임론이 대두되었습니다.
정상화와 사회통합 운동
1960년대 북유럽을 중심으로 전개된 정상화 운동은 대규모 수용시설에 격리 수용되어 있던 장애인들의 비인간적 처우에 대항하는 장애인 부모들의 운동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는 장애인의 시설 격리를 정당화한 지배담론에 대한 본격적인 저항의 시작이었습니다.
사회적 모델과 자립생활운동
1970-80년대 영국에서 제기된 사회적 모델은 기존의 개별적 모델에 대한 저항담론으로 등장했습니다. 개별적 모델이 장애를 개인의 질병이나 무능력으로 보고 그 책임을 개인과 가족에게 돌리는 것과 달리, 사회적 모델은 장애를 사회체계에 의해 야기된 상태로 보며 그 책임이 사회 전체에 있다고 주장합니다.
미국에서 시작된 자립생활운동은 장애 대학생들이 전문가의 도움 없이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는 방법을 자조조직을 통해 확보하고 전수하는 움직임에서 출발했습니다. 이는 장애 당사자 주도의 자립을 강조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습니다.
결론: 장애인식 변화의 의미와 과제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역사적으로 종교적 관점에서 의료적 관점, 그리고 사회적 관점으로 변화해왔습니다. 특히 산업혁명 이후 생산성 중심 사회에서 장애인은 극심한 차별을 경험했지만, 20세기 중반 이후 장애인 운동과 저항담론의 등장으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되었습니다.
현재 우리 사회는 장애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로 인식하고, 물리적·심리적·사회적 장벽을 제거하여 진정한 사회통합을 이루어야 한다는 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장애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사회구성원이 함께 해결해야 할 중요한 사회적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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