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복지의 역사는 인류 문명의 발전과 함께 변화해 왔습니다. 고대에서 중세에 이르기까지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복지 정책은 어떻게 변화했을까요? 이 글에서는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부터 중세 유럽까지의 장애인복지 변천사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고대 장애인복지의 실상
부정적 인식이 지배한 고대 사회
고대 사회에서 장애인은 대부분 부정적으로 인식되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장애인을 "추한 인간의 표본"이자 "생존 가치가 없는 존재"로 여겼습니다. 이러한 인식의 배경에는 고대 철학자들의 이론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플라톤의 이데아론은 오직 쓸모있고 이성적인 사람만이 사회의 부양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언어선천설을 통해 청각장애인과 지적장애인은 교육이 불가능하다고 단정했습니다. 이러한 철학적 토대 위에서 국가 권력층부터 일반 국민에 이르기까지 장애인에 대한 배척과 극단적 차별이 사회 전반을 지배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상황이 절망적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개인의 상황과 지역에 따라 장애인에 대한 동정과 보호 의식도 존재했습니다.
구약성서에 나타난 장애 인식
구약성서는 장애에 대해 복합적인 시각을 보여줍니다. 304개의 장애 관련 구절 중 108개가 죄와 연관되어 있어, "죄-장애 이데올로기"라는 개념이 형성되었습니다.
소돔 백성들이 롯을 해치려 할 때 하나님이 그들을 눈멀게 하신 사건, 모세에게 도전한 마리암에게 나병을 들게 하신 사건이 있습니다. 이러한 인식은 예수 시대를 거쳐 현재까지도 일부 교회에서 발견되며, 장애인을 일반 교인보다 더 중한 죄인으로 규정하는 문제를 야기했습니다. 한편으로는 하나님의 선한 목적을 위해 불가피하게 장애를 허용하신다는 관점도 있었습니다. 엘리사의 기도를 통해 무리의 눈을 어둡게 했다가 다시 보게 하신 사건처럼,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한 목적으로 이해되기도 했습니다.
율법은 장애인 보호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제시했습니다. 레위기 19:14: "너는 귀먹은 자를 저주하지 말며 맹인 앞에 장애물을 놓지 말고" 신명기 27:18: "맹인에게 길을 잃게 하는 자는 저주를 받을 것이라"
그리스의 장애인 정책
그리스 사회에서 장애인을 돌보는 것은 충분히 부유한 소수에게만 해당하는 일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장애인은 사회에서 배제되어 열악한 경제적 상황에서 생활해야 했습니다.
스파르타는 법으로 기형인 영아를 죽이도록 의무화했습니다. 신체 기형인 영아는 가족의 재산과 관계없이 죽였지만, 흥미롭게도 지체장애 영아만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청각장애, 시각장애, 지적장애가 있는 영아는 기형으로 여기지 않아 죽이지 않았습니다.
아테네는 스파르타와 달리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정책을 펼쳤습니다. 기원전 6세기 이전부터 장애로 인해 일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공적 지원을 제공했습니다. 전쟁에서 부상당한 병사들에게는 연금을 지급했고, 경제적 필요를 입증할 수 있는 다른 장애인들에게는 음식을 제공했습니다.
로마의 법적 접근
로마는 장애인에 대해 법적 관점에서 접근했습니다. 말할 수 있는 장애인은 결혼, 재산 소유와 같은 법적 의무를 면제받았습니다 말하지 못하는 청각장애인은 지적장애인, 정신장애인과 같은 범주로 분류되어 법적 행동을 수행할 수 없었습니다 .6세기 유스티니아누스법은 장애인을 구체적으로 분류하고, 장애 유형과 정도에 따라 권리를 명시한 체계적인 법률이었습니다. 하지만 법적 보호와 달리 일반 인식은 여전히 열악했습니다. 로마인들은 장애인을 학대하는 것을 마치 국민의 권리로 생각했으며, 장애인을 문지기로 삼거나 투기장에서 오락거리로 이용했습니다. 네로 황제는 장애인을 활쏘기 연습의 표적으로 사용하기까지 했습니다.
중세 장애인복지의 변화
기독교적 관점의 확산
중세 전반기에는 기독교적 시각에 따른 종교적 관점으로 장애가 이해되었습니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믿음 하에서, 그렇지 못한 장애인은 '인류의 근원적 죄의 결과' 또는 '악마의 자손'으로 여겨졌습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장애인이 교육받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으며, 『노트르담의 꼽추』 같은 작품은 당시의 지배적인 가치관을 잘 보여줍니다.
르네상스 시대의 전환점
르네상스 시대에 들어서면서 장애인을 구제하기 위한 시설이 설립되기 시작했습니다. 종교적 자선사상과 박애사상에 바탕을 둔 구제사업이 시작되었고, 인간 존중 사상이 발전하면서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에 변화가 생겼습니다.종교개혁 운동은 신체적·정신적 장애를 지닌 사람들을 보호하고 방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루터는 청각·언어·시각·지적 장애인도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휴머니즘은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하여 장애인복지 이념의 전환점을 마련했습니다. 인간성 회복이 강조되고 인권 존중 사상이 대두되면서, 장애인에 대한 교육과 보호 사상이 제고되었습니다.
국가별 주요 사례
영국은13세기부터 왕이 정신장애로 인한 법적 금치산자와 재산을 보호하는 책임을 졌습니다 런던 베들레헴 교단은 1330년부터 병원을 운영하며 신체장애인을 보호했고, 1403년부터는 정신장애인까지 보호 범위를 확대했습니다 1601년 구빈법은 장애인에 대한 국가 개입의 효시가 되었습니다
스페인은 1409년 발렌시아에서 정신장애인 병원이 설립되었고, 15세기에는 스페인 각지에 유사한 시설들이 개설되었습니다.
장애인복지 역사의 교훈
고대부터 중세까지의 장애인복지 역사는 인류의 도덕적, 철학적 발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초기의 극단적 차별과 배제에서 시작하여, 종교적 자선과 보호를 거쳐, 마침내 인간의 존엄성에 기반한 복지 제도로 발전해 온 과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변화는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장애인 인권과 복지 제도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보여줍니다. 동시에 앞으로도 지속적인 발전과 개선이 필요함을 시사합니다. 장애인복지의 역사를 통해 우리는 사회의 진정한 문명 수준이 가장 약한 구성원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달려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포용적이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우리의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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